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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동리’ 개막의 설레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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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3-08-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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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가 또 하나의 문화콘텐츠를 갖게 됐다. 이번에는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현대 예술 장르 중 가장 각광을 받는 장르다. 경주라는 극단적으로 점잖은 도시에서 제작된 문화상품이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 때문에 더 강렬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창작 뮤지컬 ‘무녀도동리’는 경주가 낳은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대표작 ‘무녀도’를 각색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처음 단편으로 소개됐지만 다시 ‘을화’라는 중편으로 개작돼 해외에서도 널리 소개된 대한민국 소설문학의 대표선수다. 이 작품은 또 노벨문학상 최종후보에도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뻔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은 번역에 의해 수상 여부가 좌우된다고 할만큼 작품 자체만 뛰어나다고 해서 얻어지는 성과가 아니다. 당시 번역본은 어딘가 허술했고 한국문학을 제대로 알리는데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석하게도 탈락했다.
 ‘무녀도’는 영화와 연극 등 다양한 버전으로 소개됐다. 그리고 이번에 뮤지컬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뮤지컬은 경주출신의 연출가 엄기백씨가 만들었다. 그는 방송국 드라마 프로듀서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연극과 뮤지컬에도 뛰어난 연출력을 과시한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고향인 경주를 소재로 한 작품을 들고 고향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기대가 크다.
  인근 울산에서도 뮤지컬을 제작한 적 있다. 뮤지컬 ‘처용’이다. 이 작품은 울산광역시가 직접 제작했으며 유명 연출가 임영웅씨가 연출했고 차범석씨가 대본을 썼으며 남경주, 강부자 등 뮤지컬계의 대표주자들이 출연했다. 처용설화의 발상지인 울산에서 기획 제작한 이 작품은 당초 기대는 대단했다. 울산의 효자 문화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유감스럽게도 실패한 작품으로 남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제작진 중 울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이들이 대거 기용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호화캐스팅이라고 해도 공연을 이끌어 갈 주인공들이 대거 서울 사람들이고 이들이 울산을 오가며 알뜰하게 챙겼을 리가 없다. 또 처용설화의 발상지인 울산의 지역정서를 제대로 느껴보지 않은 채 만들어졌고 이들 중 설화의 실질적 증거물인 처용암에 가서 진득하게 그 분위기를 느껴본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텍스트 분석의 오류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처용설화를 ‘관용(寬容)’이라는 주제로 파악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설화가 주는 진짜 주제인 ‘벽사진경(?邪進慶)’은 밀쳐두고 역신과 동침한 처용의 부인에 초점을 맞춘 왜곡에서 비롯됐다. 역신(疫神)을 인격화(人格化) 했으며 아내의 불륜을 두고도 마당에서 춤을 춘 처용을 ‘관용의 화신’으로 치부한 것이다. 처용의 춤사위는 ‘축귀행위(逐鬼行爲)’가 아니라 눈 뜨고 오쟁이 당한 무기력한 사내의 자기 위안으로 묘사됐다.
  울산은 당시 호화 제작진이 참여한다고 기세가 등등했지만 울산에서 초연된 후 몇 차례 활용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수억원의 제작비만 날린 셈이다.
  그러나 ‘무녀도동리’는 그것과 경우가 다르다. 우선 텍스트가 완벽하게 경주적이다. 경주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매우 한국적이다.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커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 엄기백 감독이 원작을 뒤틀지 않았다고 했으니 자칫 해석적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검증된 작품에 뮤지컬이라는 현대적 옷을 입히는 작업이니 안심할 수 있다.
  또 엄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모두 경주를 연고로 하고 있다는 점이 믿음직스럽다. 경주 출생으로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경주와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많은 출연진들이 경주시립극단 소속이다. 이들은 자신의 고향인 경주의 문화상품을 위해 헌신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 거는 기대는 경주라는 도시에서 현대적 장르의 예술작품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경주의 문화는 매우 보수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수용욕구는 이미 진보해 있다. 매스컴의 덕택이다. 그런 시민들의 욕구를 부응해 줄 앞서가는 문화상품이 없었다. 이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작품이 ‘무녀도동리’일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투입된 제작비에 대한 부담과 조바심은 털어내야 한다. 이 작품은 민간이 제작한 상업적 공연물이 아니다. 공익을 위해 국비와 시비가 투입됐다. 그러므로 흥행 여부를 떠나서 진정한 순수예술의 기품과 멋을 보여주는데 몰두해 주기 바란다. 회를 거듭할수록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그래서 역시 경주는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점을 드날려 주기를 바란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불볕더위에 흘린 땀의 보람이 헛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의 상품이라는 애착으로 널리 소문도 내고 냉정한 평가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투입한 예산을 뽑아내겠다는 세속적 평가보다 경주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중국의 장이모우 감독이 만든 ‘인상 유삼저’ 이상의 작품이 탄생하기를 설레면서 기다린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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